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일본유학 중풍 한의대학사편입

원기 빠지는 격…부위따라 병증 제각각?
명종-줄줄 흐르는 땀

 

 

 

실제 흘리는 양이 많은가 아닌가의 차이일 뿐,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일정 부분 생리적인 땀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인데, 인체는 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기도 하고 수분대사를 조절하기도 한다.

또한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도 하고 피부의 습도를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일전에 선천적으로 땀샘이 없는 환자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피부질환으로 생각하고 피부과만 찾아다녔었는데, 결국 모 대학병원에서 선천적으로 땀샘이 없어 땀이 분비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환자의 경우, 피부도 문제지만, 가장 불편한 것은 체온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체온이 상승할 경우, 땀을 배출해서 체온을 낮추는데, 그 기전이 작동되지 않으니, 낮에 햇볕 밑에서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리적인 땀은, 건강 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땀이 과도하게 나거나 특정부위에서 심하게 나오게 되면, 병증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땀이 나는 시간대와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병증으로 보고 치료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정한 때가 없이 땀이 줄줄 흐르고 움직이면 양허(陽虛)에 속하는 것으로 자한(自汗)이라고 부르며, 밤에 잠잘 때 나는 땀은 음허(陰虛)에 속하는 것으로 도한(盜汗)이라고 부른다.

유독 머리에만 땀이 나는 경우는 주로 위(胃)에 열이 많거나 간신(肝腎)이 부족한 경우에 해당하며, 음부에서만 땀이 나는 경우는 비뇨생식 계통이 약해졌거나 몸에 습열(濕熱)이 많아진 때문으로 본다.

손발에만 땀이 나는 경우는 자율신경 조절이 안 되거나 위열(胃熱) 때문으로 보며, 심장 부위에서만 나는 경우에는 스트레스 과잉 등으로 파악한다.
 

이 밖에 빨간 땀이 나거나 누런 땀이 나는 것도 각각 혈한(血汗)과 황한(黃汗)으로 부르며, 원인에 따라 각기 치료했다.

그런데 명종 21년 7월 11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명종이 자신의 병증을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옷을 엷게 입어도 땀이 흘러 몸에 가득하며, 신기가 피곤하여 눕기나 좋아하고 졸기를 곧잘 하며, 배는 아프나 설사는 않고 두 발의 침 맞은 곳에는 모두 생혈(生血)이 있어 그 여기(餘氣)가 아프기도 하고 가렵기도 하며, 열 손가락 끝과 발바닥은 속은 차고 겉은 뜨거워 통증이 감소되지 않는다.”

명종과 같이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 그치지 않으면, 진양(眞陽)이 모두 없어지게 되므로 망양(亡陽)이라고 부른다. 이때는 몸이 반드시 찬데, 진액이 빠져나가면 뼈나 관절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이 매끄럽지 않아 팔다리가 오그라들게 된다.

반대로 땀이 좀처럼 나지 않는 것도 망양증의 하나로 보는데, 명종은 둘 중에서 땀이 그치지 않는 쪽의 망양증이었던 것 같다.

이 밖에 몸이 피곤해서 눕거나 졸기를 곧잘 했다는 것도, 이미 원기가 많이 고갈된 상황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으며, 배가 아프고 손발이 찬 것도 그러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원래 망양증은 매우 위중한 상태인데, 얼굴색이 누렇고 손발이 따뜻한 경우에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기록돼 있다. 명종의 경우에는 손발의 속은 차고 겉은 뜨겁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 치료는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김남수



남양중의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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